은밀하게 속삭이는 이자카야. — 사케와 와인잔이 진열된 쇼케이스 앞 bar자리에 앉았는데 이자카야라기엔 분위기가 너무 근사하다. 옆자리엔 술에 얼큰하게 취한 남녀가 나란히 앉아있는데 오랜 우정이 취기에 녹아내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지역으로 식당 수준을 가늠하는 게 어찌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고급 일식의 격전지인 신사동의 이자카야들은 다른 동네 보다 음식 퀄리티가 한 차원 높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근데 이 곳의 음식은 그 동네의 이름난 이자카야 못지 않게 훌륭하더라. ‘카이센낫또’는 깍뚝썰기한 붉은살 생선에 낫또, 오크라, 마, 난황처럼 질척거리는 재료들을 총동원시킨 요리다. 다쿠앙, 쪽파, 와사비와 함께 비벼먹는데, 데이트에 적합한 메뉴는 아니지만 혼술하는 아저씨에겐 꽤나 매력적이다. ‘..